※ 강유린 루트 기반으로, 중간에 제서연 루트 에피소드인 얼녀 아이들 이야기가 삽입되었습니다. 원작과 달리 유린이 먼저 뭍으로 돌아가지 않고, 서연과 희수, 유린이 얼녀 아이들과 함께 배를 타고 돌아왔다는 가정입니다. * 물은 무엇이든 삼켜 버린다. 강유린의 죽음은 한동안 한양을 어수선하게 했다. 송방은 자신들에게 약점이 될 만한 무수한 일들을 감쪽같이 숨...
12 퇴근 전, 서연은 이 사건을 마무리하는 대로 주희가 지방청으로 내려가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형사과장에게서 전해 들었다. 주희는 이미 몇 번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고위직인 아버지 덕에 지방 발령을 피했네 하며 비아냥거리는 것을 더는 못 들어 주겠다며 짜증을 냈었다. 주희가 굳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 않아도, 그것이 터무니없는 모함임을 알 수 ...
11 누군가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를 가질 자격이 있다면, 서연의 옆자리는 주희에게 주어져 마땅했다. 지금까지 서연에게 연정을 품은 사람이 주희 하나는 아니었으나, 누구도 그녀만큼 깊은 마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희는 서연을 ‘가지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그런 얄팍한 감정이었다면, 그처럼 오래도록 감추지도 않았을 것이다. 예전의 서연은 거절할 줄을 ...
10 한 사람의 삶을 비틀어 버린 폭력은 그녀가 자신의 아이조차도 사랑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그럼에도 아이는 곧게 자라났으며, 마침내 어머니가 자신의 과거를 마주할 수 있게 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진대, 서연이 자신의 신념을 관철한 것은 스스로의 삶에도 전환점을 제시해 준 셈이었다. 그리하여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로에 대한 의무감만을 져 왔던...
09 서연의 어머니는 본래 건강한 축이 아니었고, 많지 않은 나이에 홀로 아이를 키워 했기에 자신의 몸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일 때문에 바쁘기도 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만으로는 납득되지 않을 만큼 그녀는 하나뿐인 딸아이와 함께 있어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연은 착한 아이였고, 학교에서는 말수가 적은 모범생이었다. 서연은 어머니와 친하지는 않았으나, 따가운...
08 주희는 눈을 떴다. 병원이었다. 벽에 걸린 시계는 열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 칼을 맞은 자리가 심하게 욱신거려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서연이 병실로 들어왔다. 오른손에는 붕대를 감고, 얼굴의 상처에도 거즈가 덮여 있었다. 주희가 깨어난 것을 본 서연은 놀란 표정으로 주희에게 다가왔다. 서연은 주...
07 “너한테는 매번 부탁만 하는 것 같다.” “서연아.” “나 없는 동안 우리 엄마 좀 부탁해. 몸이 안 좋으신데, 매번 무리하시거든. 이제 안 그래도 된다고 하는데도.” 자기 몸을 생각하지 않고 일에 매달린다. 어머니에 관한 서연의 묘사는 주희에게는 낯설지 않게 들렸다. 서연의 태도가 그와 같았으니까. 서연이 어머니를 말리지 못하고 있듯 주희도 더는 서...
06 시간은 계속 흘렀다. 의자나 책상 위에 걸쳐 둔 겉옷들이 점점 모습을 감추고, 낮이 길어지는가 싶더니 곧 플라스틱 컵에 든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흔히 들리는 계절이 되었다. 경찰관들에게 여름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휴가철이 되면 빈집털이와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탓도 있었지만, 형사과 인원에게 가장 와 닿는 이유는 역시, 부패한 사체를 자주 ...
05 수능 성적이 발표되었다. 그 날 하루 동안 서연은 말이 없었다. 그 전날에는 첫눈이 내렸고, 서연의 기분은 주희에게도 느껴질 만큼 들떠 있었다. 가채점 결과로는 주희와 서연이 거의 동률이었다. 탐구 과목에서 약간의 차가 있었을 뿐, 결과가 갈릴 정도는 아니었다. 주희는 실수 없이 시험을 잘 치렀다는 사실보다 앞으로 적어도 4년을 더 서연과 같이 있을 ...
04 황재는 사실 친구들도 잘 모르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우등생이라고는 해도 황재의 집안 기풍이 그렇게 빡빡한 것도 아니었고, 방과 후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거나 자기만의 시간을 가진다 해도 부모님이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었다. 그 취미란 RPG 게임이었다. 그것도, 소위 말하는 올드 유저.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상 플레이타임이 긴 것은 아니었지만 황재...
03 주희가 발령받은 지 한 달 정도가 지났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특별하지 않다고 해도,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주희와 서연 사이의 거리가 더 멀어지지는 않았지만 예전처럼 가까워지는 일도 없었다. 사적인 갈등을 공무에까지 가지고 오는 성격은 둘 중 누구의 것도 아니었으므로, 업무에 관한 일로는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그러한 직무상의 대...
02 6월. 여름이라 하기에는 어색함이 따르나 정작 날은 여름만큼이나 더웠다. 하지만 교실에는 온종일 에어컨을 틀어 대는 통에, 하복 셔츠 위에 무엇을 더 껴입지 않으면 춥게 느껴질 정도였다. 에어컨을 끄면 될 것을, 누구도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험으로 바쁜 중에도 남학생들은 밖에 나가 공을 찼다. 더워진 몸으로 운동장에서 돌아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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